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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
‘영웅이라….’
무림맹을 나서 요령으로 가는 길.
소어는 알 수 없는 감정의 소용돌이에 휩싸이게 되었다.
홍련 할머니의 말이 뇌리를 떠나지 않고 맴돈 탓이다.
“소어! 무슨 생각하니?” 그때, 소어의 상념을 일깨우는 당화린의 음성이 흘러나왔다.
“응? 아무것도…” “너 소영웅 대회에 참가할 생각이야?” 당화린은 그 점이 궁금했다.
“모르겠어. 그럴 필요가 있는 건지.” “그러지 말고 홍련 선배님의 제안을 받아들이는 게 어때? 파워볼사이트 네가 소영웅 대회에 나간다면 우승은 누워서 떡 먹기일 텐데. 호호.” 당화린은 진정 그렇게 여겼다.
또한 그리 되길 바랐다.
그녀가 본 소어의 무공은 가히 경천동지란 표현이 부족할 정도였다.
‘소어라면 백년기재라 불리는 남궁문 소협도 능히 이길 수 있을 거야.’ 당화린은 영악한 구석이 있었다.
우선, 소어는 자신과 동행한다.
그런 소어가 영웅 대회에서 우승을 하게 된다면?
덩달아, 자신도 주목받을 수 있지 않을까?
신비스럽기 짝이 없는 소년 고수의 지인으로서 자신도 어느 정도 이름이 거론되진 않을까?
그러한 생각이 든 것이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당화린이 자신의 이점을 위해서만 소어의 대회 참가를 바라는 건 아니었다.
새로운 영웅의 탄생.
7년 전, 은거한 투신의 제자가 나타난 것만으로도 강호는 한바탕 떠들썩해질 것이 자명했다.

젊은 무림의 남녀라면 누구나가 이러한 신(新) 영웅의 엔트리파워볼 탄생을 바라마지 않을 테니까.
그때, 당일기가 나직하게 내뱉었다.
“진 소협이 참가한다면 나는 참가를 포기해야겠군.” 그러자 당화린이 물었다.
“어머! 왜요, 오라버니?” “우승은 물 건너간 셈이 되잖아? 하하. 나는 진 소협의 일초식도 견디지 못할 거야.” 그 말에 당화린이 옅게 웃으며 고갤 끄덕였다.
“호호, 하긴. 생긴 건 귀여운 녀석이 뭐 그리 무서운 박투술을 익힌 건지. 어디 오라버니뿐이겠어요? 저 소투신(小鬪神)의 일초식은 무림 오대 후기지수들도 버티지 못할 거예요.” 일순…….
갑자기 분위기가 싸해졌다.
당일기의 얼굴에 경악의 빛이 스쳐 간 것이다.
‘후, 화린아… 너 왜 이렇게 적극적인 거냐?’ 열다섯이나 된 소녀가 말끝마다 외간 남자에게 귀엽다, 귀엽다 소리를 반복하고 있으니 세가의 어른들이 들으면 기겁을 할 터였다.
“화린아.”
소어가 입을 열었다.
“응?”
당화린은 천진한 눈망울로 물었다.
“너, 내가 귀엽냐?” 그제야 당화린의 얼굴이 살포시 붉어졌다.
“……조…조금?” 왠지 부정하면 더 민망해질 거라 판단한 당화린은 있는 대로 말했다.
‘아이고… 첩첩산중이구나, 가주님…’ 당일기는 머리가 지끈거려 그만 눈을 감아버렸고, 소어는.
“하하, 너도 좀 귀엽긴 해.” 한술 더 뜨고 있는 게 아닌가?
‘나도 모르겠다…’ 당일기는 이 명랑한 열다섯 동갑내기의 우정(?) 행각에 로투스바카라 그만 할 말을 잃어버리고 말았다.


당씨 남매는 지난 며칠간 살면서 놀랄 일을 모두 겪었다 할 만큼 경악의 나날을 보내야 했다.
물론 그 놀라움의 사유는 다름 아닌 소어였다.
“헉… 헉…” “야, 진소어! 좀 살살 가면 안 돼?” 그들이 본 소어는 도무지 사람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의 체력을 가지고 있었다.
내력은 또 어찌나 웅후한지 쾌경보를 사용해 험준하고 비탈진 산로를 넘으면서도 땀 한 방울 흘리지 않았고 숨 한 번 거칠어지지 않았다.
‘무공만 뛰어난 게 아니야….’ ‘체력이 무슨… 괴물이잖아?!’ 분명 소어의 쾌경보는 천하제일의 경신 보법은 아니었다.

은밀하기로는 답설무흔(踏雪無痕)에 미치지 못했고, 절묘하기로는 궁신탄영(弓身彈影)만 못했으며, 이동속도의 최대치를 뽑아내는 데에는 천마군림보만 못했으니까.
하나 중요한 것은 바로 소어의 ‘체력’이다.
이는 십초무적공의 가학적인 수련 방법 덕이었으니, 소어의 체력은 그야말로 천외천의 경지에 다다라 지금은 인간의 수준이 아니었다.
[비슷한 경지에 오른 고수들 간의 대결에서 승부를 결정짓는 가장 핵심적인 요소는 바로 ‘체력’이다. 싸움꾼의 모든 것은 체력으로부터 나온다!] 평소 모용천의 지론이 이러했으니 소어의 체력이 오죽할까.
아마 지금의 소어라면 삼일 밤낮을 물 한 모금 마시지 않고 전력질주하더라도 능히 버틸 수 있을 터였다.
“하하하, 체력이 그리 약한데 어떻게 무공은 익혔냐?” 소어가 기진맥진한 당화린을 보며 조소를 머금고 말했다.
“야… 헉… 나 체력 그리 약하지 않거든? 네가 미친 수준인 거지.” “힘내! 당 공자도 힘내시고요.” 소어가 두 사람을 독려했다.
물론 전혀 독려가 되지 않는다는 게 문제였지만.
‘소투신… 저 괴물 자식…’ ‘진 소협… 도대체 당신, 정체가 뭐요?’ 당씨 남매는 그리 물어보고 싶었지만, 괜히 놀림만 더 받을까 싶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체념할 뿐이었다.


요령.
과거 요령은 중원의 중심부에서 떨어진 곳이라 강호인들의 발길이 드문 편이었다.
또한 요령의 대표 무가인 모용세가 역시 오대세가에 이름을 올린 것은 투신의 등장 후부터였기에 본래, 주목을 받는 명가(明家)는 아니었다.
하나 지금은 달랐다.
비록 모용천이 7년간 은거하여 활동한 지 오래되었으나, 감히 누구도 모용세가를 무시하거나 경시 여길 수 없었다.
아직 투신은 살아 있으니까.
더불어 3년 뒤에 치러질 흑백정사 간 최고수들의 대결.
투신 모용천 대 천마 위지운의 대결에서 투신이 승리하게 된다면 모용세가는 구대문파를 뛰어넘어 로투스홀짝 한 가문으로는 최초의 강호 최정상 집단이 될 터였다.
때문에 그를 의식한 무림맹은 금년의 소영웅 대회지를 요령으로 정한 것이다.
<모용세가>
“화(華)아야.” “네, 아빠!”
“습! 누가 들으면 어쩌려고 아빠 소릴 하는 게냐? 아버지라 부르라고 내 누누이 말하지 않았니?” “아무도 없잖아요! 괜히 그러셔…” “어허이! 화아야. 너도 이제 열넷이다. 엄연히 무림의 후기지수로 활약해야 할 나이가 되었단 말이다. 언제까지 어리광을 부릴 셈이냐?” 누가 들으면 기함을 토해낼 터였다.
투신을 배출한 대모용세가의 소공녀가 아직도 가주인 아버지를 ‘아빠’라고 호칭하는 꼴을 보게 된다면 말이다.
“에이… 알겠어요. 아부지!” 모용세가의 소공녀.
금이야 옥이야 키운 모용화는 눈을 게슴츠레 뜨며 핀잔을 털었다.
그런 딸의 모습을 볼 때마다 가주 모용백은 기가 막힐 노릇이었다.
하나 모용화가 이처럼 어리광쟁이가 된 것은 전적으로 모용백 자신의 과오였다.
그는 비록 투신의 아들답지 않게 백도십대고수는커녕, 오대세가의 가주 중에서도 가장 무공이 약한 축에 속했으나 한 가지 만큼은 확실히 천하제일이었다.
바로 딸바보 부분에 있어선 말이다.

그때.
“가주님!”
모용세가의 소총관, 백도표가 장내로 들어왔다.
‘후… 큰일날 뻔했네.’ 모용백은 자신과 딸의 투닥거림을 누가 듣지 않을까 노심초사하던 터에 소총관 백도표가 들어오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무슨 일이오, 소총관.” “손님들이 오셨습니다.” “손님? 또, 소영웅 대회 관련하여 본가에 눈도장을 찍겠다며 찾아오는 후기지수들이겠군.” “그렇습니다.”
“이번엔 어디 가문이요? 군소방파의 제자라면 이제 좀 그만 만나고 싶구려. 한 며칠 어린 친구들 만나 선배 노릇 했더니 몸살이 날 지경이오.” “하하. 가주님. 죄송하지만 이번에도 고생 좀 하셔야겠습니다.” “대체 어디기에…” “사천당문입니다.” 소총관의 말에 모용백이 고갤 설레설레 흔들었다.
당문이라면 남궁세가와 함께 가장 오랜 시간 오대세가의 지위를 유지한 유구한 역사의 명문 세가다.
최근 오대세가에 들지 못한 명가의 인물들이 노골적으로 질투와 적의를 드러내고 있던 차라, 모용백으로서는 아무리 피곤해도 당문세가의 후기지수들을 만나지 않을 수 없었다.
“알겠소.”


“모용세가의 가주님을 뵙게 되어 실로 영광입니다. 저는 당문세가의 당일기라 하옵니다.” 파워볼사이트 “가주님, 안녕하셔요. 소녀는 당문세가의 당화린이라 합니다.” “안녕하세요… 진소어라고 합니다.” 모용세가로 들어선 소어 일행이 모용백을 향해 정중히 인사했다.
그러자 모용백은 억지웃음을 머금고서 그들을 맞았다.
“이제 보니 당문세가의 귀인들이시군. 한데… 저 진 소협은 어느 고파의 귀인이신가? 당문의 외부제자이신가?” 모용백의 물음에 당씨 남매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들은 당연히 모용백이 소어를 알고 있을 거라 생각했다.
소어가 투신의 수제자라 했으니 응당 모용세가의 외부제자라 생각했던 터였다.
‘어떻게 된 거지…’ ‘소어… 도대체 진짜 정체가 뭐야?’ 두 사람이 황당해하고 있을 때.
소어의 입에서 나직한 음성이 흘러나왔다.
“저… 모용세가의 가주님이 맞으시죠?” ‘응?’
모용백은 당혹스러웠다.
생긴 것만 보면 소어는 정말 귀공자라는 말이 부족할 만큼 훤칠하면서도 귀여움이 서린 얼굴이었다.
한데 자신을 보며 쭈뼛거리는 모습은 영락없는 어린애 같았던 탓이다.


“그러하네. 본인이 바로 현 모용세가의 가주일세.” ‘알면서 왜 묻는 거지?’ 모용백은 어리둥절했지만 소어의 말을 들어보기로 했다.
그때.

소어의 입에서 청천벽력에 가까운 한 마디가 튀어나왔다.
“할아버지… 저… 그러니까, 투신 모용천 할아버지의 심부름 왔어요! 후…” 소어는 말을 내뱉고서 크게 한숨을 털어냈다.
붙임성 좋고 매사에 당당한 편이라 이런 경우가 없는 소어지만, 왠지 할아버지의 친족들을 만나게 된다는 생각을 하자 가슴이 터질 듯이 두근거렸던 탓이다.
하나 그런 소어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모용백이나 그의 딸인 모용화는 그야말로 얼굴이 시퍼렇게 질린 상태로 입을 쩍 벌린 채 다물지 못했다.
7년.
7년 동안 기별 한 번 주지 않았던 아버지다.
모용세가는 물론이고, 백도무림을 대표하는 아버지.
평생 따르려야 따를 수 없는 아버지의 소식을 생면부지의 소년에게서 듣게 되었으니 놀라는 것이 당연했다.
“저… 정말인가? 자네가 정말 아버지의 심부름 차 본 가문에 들른 것이 맞는가?” “네!”
소어의 대답이 튀어나오기 무섭게 이번에는 모용화가 멀찍이서 총총걸음으로 다가오더니 소어의 팔을 대뜸 붙잡으며 닦달하듯 말했다.
“저… 정말인가요? 정말 할아버지랑 아는 사이예요?” “네. 맞아요.” 소어는 가슴에 품고 있던 서찰을 끄집어냈다.
바로 모용천이 써 주었던 편지였다.
그리고는 그 편지를 모용백에게 전했다.

“할아버지가 쓰신 편지에요. 이걸 전달해달라고 하셨어요.” 모용백은 대답도 없이 다급하게 서찰을 펼쳤다.
“마… 맞다… 아버지의… 필체가 맞다!” 모용백의 목이 메었다.
꿈에서도 그리워하던 아버지의 편지를 읽기 시작했다.
[백아, 잘 지냈던 게냐? 오랜 시간 기별하지 못하여 미안하다. 하나 근심하지 말거라. 나는 정말로 행복하게 지내고 있다. 하루 두 시진씩 행하는 명상을 통해 내 무공은 발전에 발전을 거듭하였고, 이젠 위지 영감과의 대결에서 생로(生路)를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단 생각이 든다. 화아는 어찌 크느냐? 워낙 어릴 적 보았던 할아비라 이제는 잊었을지도 모르겠구나. 언제나 이 할아비가 아끼고 또 아낀다고 전해다오. 3년 뒤, 구월 구 일 되는 날. 사천 대악산의 삼륜봉에 위치한 장원으로 오너라. 그날 너와 함께 본가로 돌아갈 것이다.] 서찰 첫 장의 내용은 그러했다.
그리고 두 번째 장을 꺼내 들었을 때.
모용백은 재차 기함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 편지를 전달해 준 아이에 대해서 궁금할 게다. 그 아이는 나의 진정한 수제자이며, 유일하게 내 십초무적공을 배운 아이다. 고로, 그 아이가 제2의 투신이 될 재목이다. 너는 그 아이를 모용세가의 외부제자로 입적시키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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