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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
‘짙은 마기의 정체는 이것이었던가!’ 후방 대열에서 강시와 마물이 출현하자, 백인화는 왜, 꺼림칙한 기운이 감지되었던 것인지 깨달았다.
하나 감상은 뒤로한 채, 곧장 후방 대열로 몸을 날리려 했다.
대마수전을 경험하지 못한 후기지수들은 당황할 것이 자명한바, 직접 나서 힘을 보탤 요량이었던 것.
하지만.
-크아아아악!
백인화는 몸을 움직일 수 없었다.
후방 대열에서 마물이 튀어나오기 무섭게 전, 측방 할 것 없이 동시다발적으로, 혈강시와 마수들이 나타난 까닭이었다.
‘안일했다. 이곳은 놈들의 본거지인 바. 지형을 이용한 양동작전을 예상했어야 했다!’ 당혹스러움에 치를 떤 것은, 백인화뿐만 아니었다.
제갈혁은 상대의 치밀함에 혀를 내둘렀고, 홍련사태를 포함한 명숙들은 내력을 끌어올려, 전투태세에 돌입했다.
그때.

“백 방주. 귀하께선 전방의 마물을 상대해주시오. 파워볼게임 본교의 수도사들은 행렬의 전, 측방을 순회하며 술법을 펼치겠소!” 천마성당의 수도사 6인이 백인화를 향해 말했다.
“알겠소!” 다행스러운 일이다.
천마성당, 수도사들의 법력을 확인하진 못했지만, 백인화는 사람의 상만 보고서도 능력을 어림짐작할 수 있는 신기를 체득한바, 그들이 매우 뛰어난 술법사임을 확신했기에 반색하며 끄덕였다.
동시에.
파파팟천마성당, 수도사들은 각 방위로 흩어져 쏜살같이 몸을 날렸고….
촤라라라라라라라랑백인화의 손목에 채워져 있던 은색 팔찌.
사특한 기운을 몰아내는 영험함이 담긴 법보가 영롱한 소리를 내며 진동하기 시작하였다.
이윽고, 팔찌에서 녹색 광채가 폭사하여 전방의 강시와 마수들을 향해 쏘아졌다.


까아아아앙!
‘미친!’ 눈앞의 괴수를 향해 비호처럼 몸을 날려, 검광을 흩뿌린 한백은 경악을 금할 수 없었다.
인면지주. 엔트리파워볼
들어 봤지만 실제로 목도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하나 한백은 주눅 들지 않았다.
마물이란 것도, 결국 부서지고 찢어지면 죽기 마련.
때문에, 검기를 발출하여 멋지게 선공을 펼쳤는데.
애석하게도 인면지주의 외피는 강철에 육박하는 경도를 지녔다.

오히려 공격을 감행한 한백의 손이 반탄력을 이기지 못하고 파르르 떨렸다.
평소 소어의 지침 아래, 죽어라 철사장을 수련하지 않았다면 한백의 손은 부러지고 말았으리라….
‘제기랄!’ 하나, 무위로 돌아간 공격을 곱씹을 시간 따윈 없었다.
아쉬움은 잠시뿐.
이내, 균형이 흐트러진 한백의 몸을 집어삼키기 위해 인면지주가 끔찍한 아가리를 쩍 벌리며 다가선 것이다.
“이 새끼가 돌았나?” 한백이 눈썹을 팔자로 그리며 인면지주의 아가리를 향해 검을 횡으로 긋는 동시에, 몸을 뒤로 내뺐다.
그러나, 마수의 대열은 사지(死地)였다.
뒷덜미에서 냉랭하고 음산한 귀기가 쏟아진다.

한백의 몸에 소름이 오소소 돋아났고.
뒤를 돌아보자, 서슬 퍼런 손톱과 지독한 EOS파워볼 독니를 드러낸 혈강시가 섬전처럼 다가온 상태였다.
‘x됐네…’ 그제야 한백은 경솔함을 스스로 책망했다.
어딜 봐도 활로는 없다.
전방에는 인면지주가.
측, 후방에는 혈강시가.
어느 한 곳을 공격한다 해도, 결국 사각 지점을 노출시키게 될 터였고, 죽지 않는다 해도 큰 부상을 면치 못할 터였다.
그때.

콰아아아아아아아아앙!
산중을 수놓는 거대한 굉음과 함께 한백이 로투스바카라 바라보고 있던 혈강시의 머리통이 산산조각 터져나가는 게 아닌가?
그리고….
“그러게 말 들으라고 했지? 뭐, 그리 경솔하게 설쳐대냐, 이것아!” 목이 떨어져 나간 강시의 몸뚱이를 발로 걷어차며 한백의 눈앞에 나타난 인물은, “남궁 형!” 남궁문이었다.
“일단 거리부터 벌리자!” 이내 남궁문과 한백은 인면지주의 광역 공세 속에서 벗어나기 위해, 궁신탄영의 묘리로 몸을 날렸다.
이 궁신탄영 역시, 만화봉에서 소어에게 비 오는 날 먼지 나도록 처맞아가며 체득한 신기였다.
“한백아. 정신 바짝 차려라. 혼자 설치다가 골로 가는 거 배웠냐, 안 배웠냐?” “남궁 형…” “살아서 보자, 인마!” 그렇게 말하는 남궁문은 다시금 검을 고쳐 쥐고, 전의를 끌어올렸다.
‘그래… 진 형이 워낙 괴물이라 잊고 있었지만… 원래 강호제일 후기지수는 남궁 형이었지…’ 새삼 한백은 남궁문이 어떤 사람인지 상기했다.
그 순간.

“으이구! 정신 똑바로 안 차릴래?” “차리자, 한백아.” “소어 사형 있었으면 넌 사형 손에 맞아 죽었어.” “쯧쯧. 같이 싸워야지, 같이. 일심동체 모르냐?” “죽으려면 뭔 짓을 못해, 뭔 짓을!” 어느새 인단 친구들이 모두 다가와 각자의 병장기를 쥔 채, 핀잔을 털었다.
한백은 씩 웃었다.
그러고는, “미안합니다, 제군들! 자! 그럼 강시 머리통 으깨주러 갑시다!” 다시금 활기차게 전의를 불사르며 남궁문의 뒤를 따랐다.
‘어째 저거… 많이 듣던 대사 같은데?’ 친구들은 그런 한백의 뒷모습을 보며, 소어를 떠올렸다.


“뭐야?!” 방봉석.
방년 43세로 소싯적, 사천 지역 무관에서 십수 년 동안 무공을 익힌 무림인 출신의 깡패였다.
보통 깡패는 무공을 모른다.
무공을 익힌 자들은 그래도 협의심이란 걸 배우기 때문에 부끄러워서라도 깡패가 되지 않는 게 일반적.

게다가, 무림인이란 단어가 막연한 것 같아도 사실 무공을 익히면 먹고 살 걱정이 없었다.
상단의 표사가 될 수도 있고, 개인 경호 의뢰를 세이프게임 받거나, 대갓집의 호위 무사로 취직해도 남 부럽지 않게 살 수 있기 때문.
해서, 정통 무공을 익힌 자가 굳이 깡패 노릇 할 이유는 없는 것이다.
하나, 그럼에도 방봉석은 깡패가 되었다.
워낙 양심이란 게 없는 놈인 데다, 태생적으로 수치심이란 걸 모르는 성정에 폭군적 기질 또한 다분했던 탓.
“이런 병신같은 놈들! 그런 좆밥 새끼 한 놈 처리 못 해서, 개처럼 두들겨 맞고 찾아와? 니들이 그러고도 대호파 식구냐?” 방봉석이 피떡이 되어 찾아온 영월루 관리자들을 향해 욕을 퍼부었다.
“형님! 그게… 보통 놈이 아니었습니다요! 무공을 익힌 놈이란 말입니다!” “그리고 한 놈이 아니라, 두 놈입니다만…” 수하들이 항변했다.
방봉석의 이맛살이 찌푸려졌다.

‘끙… 무공을 익힌 놈이라니… 설마, 고수는 아니겠지? 고수가 기루에서 음식에 머리카락을 집어넣고 강짜 부릴 리는 없잖아?’ 그래.
무공을 익힌 놈이라도 겁먹을 필요는세이프파워볼 없다.
계산이 끝난 방봉석이 대도(大刀)를 꼬나쥐고, 소리쳤다.
“애들 싹 다 모아. 영월루로 간다!” 그러자, ‘시발… 자기도 쫄았으면서…’ 욕을 한 됫박 들어먹은 동생들이 속으로 형님을 흉보기 시작했지만, 감히 내색할 순 없었기에, “저… 형님!” “뭐야?!” “그놈이 말입니다.” “뭐?!” “형님한테 전해라고…” “아 그러니까 뭘 말이야 이 새끼야.” “미리 집문서, 땅문서며 전 재산을 지참해서 오라고 하던데요… 그럼 좀 덜 패주겠다고…” 그저 소어의 말을 전달했을 뿐이다.
“이 미친 새끼가!” 따아아악“아얏!” 괜히 전달했다.
소어한테 맞은 부위를 또 처맞게 되었으니까.


“너냐?” 들은 바에 의하면 대호파 식구들은 도합 50여 명 정도 되는 규모라고 했다.
한데, 두목 방봉석이 끌고 온 자들은 물경 70여 명에 달하는 인원이었는데….
‘동네 양아치들까지 모조리 끌어모아서 온 거군. 새끼… 겁 많은 놈이네.’ 소어는 방봉석이 깡패답지 않은 새가슴이란 걸 알아차리고 미소 지었다.
“낄낄… 그래. 나다, 인마!” “너, 혹시 죽으려고 환장병이 걸린 거냐?” “아니?” “근데 왜 이런 짓을 한 거냐?” “그냥?” 방봉석을 대하는 소어의 태도는 치기 어린 사춘기 소년의 혈기를 조롱하는 어른처럼 여유만만했다.
콰드득방봉석이 보통 사람의 서너 배는 될 법한 주먹을 말아 쥐며, 눈을 부라렸다.
하나 그의 분기탱천한 모습에도 소어는 태연하기만 했는데….

“봉석아.” “…?!” 일순, 방봉석은 자신의 귀를 의심했고.
“형이 어떤 놈은 깡패라서, 패고 어떤 놈은 내시라서 패고. 어떤 놈은 그냥 생긴 게 재수 없어. 그래서 패고! 그렇게 형한테 처맞고 질질 짜면서 살려달라고 빌던 놈들이 4열 종대 앉아 번호로 무림맹 본청 대연무장 두 바퀴다. 근데 내가 지금 시간이 좀 없거든? 좋은 기회잖아? 그러니까 대호파가 가진 재산이랑 팔 한 짝씩만 내놔.” “…….” 협박이라는 것도 최소한의 개연성을 가져야 먹힌다.
한데 지금 이 새파란 놈의 협박에선 개연성 따윈, 눈을 씻고도 찾을 수 없었다.
방봉석의 분노가 정수리를 뚫고 승천할 기세로 치밀어 올랐다.
“갈!!! 살다 살다, 이런 미친 새끼는 처음 보는구나! 감히 여기가 어디라고 개소리를 지껄이는 것이냐? 정녕 네놈이……” “또, 또! 그놈의 갈! 어떻게 니들 악당들은 예상을 벗어나는 법이 없냐. 그리고 갈! 이거 하기엔 너 좀 어리지 않냐? 이제 불혹 약간 넘은 놈 같은데. 벌써 송장들이 할 소리를 내뱉고 있어. 건방지게!” “이… 이…!” ‘미친…’ ‘저 새끼 대체 정체가 뭐야?’ ‘진짜 미친개잖아?’ 두 사람의 입씨름을 보고 있던 대호파 식구들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살면서 저자와 같이 말싸움 잘하는 놈은 처음 보았기 때문.
물론.
‘적이지만 불쌍하군…’ 전우치는 현재, 방봉석의 심정을 짐작해, 측은지심마저 느꼈지만.
“내가 열을 셀 테니까, 그 안에 답을 내놔. 시키는 대로 하든가. 아니면 질펀하게 피똥 한 번 싸든가.” “…….” 방봉석은 황당해서 대꾸조차 나오지 않았다.
하나, 야속하게도 소어의 숫자 놀음은 이내 이어졌다.

“하나…” “둘…” ‘진짜 미친놈인가?!’ 결국, 방봉석은 분노를 이기지 못하고 대도를 휘둘러 선공을 펼쳤다.
……아니!
펼치려 할 때였다.
“열!” “?!” 소어가 헤아리던 숫자가 근본도 없이 둘에서 바로 열로 변하는 기염을 토해낸 것이다.
동시에, 콰아아아아앙!
방봉석의 정수리에 쇠망치…
……같은 소어의 주먹이 틀어박혔다.
“크아아아악!” 얼마나 세게 틀어박혔는지 맞은 부위는 정수리였건만, 코와 귀와 입에서까지 피가 흘러나오는 게 아닌가.
‘부… 분명 셋을 헤아릴 차례였는데… 바로 열이 된다고?’ 전우치는 ‘소어식 기적의 숫자 놀음’에 치를 떨었다.


“사타구니!” 빠아아악!
“아흑…!” “대가리!” 콰아아아앙!
“크아아악!” “명치 존나 세게!” 퍼어어어억!
“쿠웨에에에엑!” 분신술인 줄 알았다.
아니, 진짜 분신술이 아니었을까.
도합 70여 명에 달하는 거한을 모두 썩은 고목처럼 쓰러지게 만드는 데까지 걸린 시간은 촌각.
이미 승부는 기울었다.
기울다 못해, 그냥 완전히 누워버렸다.
그럼에도 소어는 구타를 멈출 생각이 없는지 연신 깡패들의 신형을 신명 나게 두드렸다.
“자! 이번엔 턱주가리 갑니다?” “히… 히익!” 소어의 예고 폭행(?)에 식겁한 방봉석이 두 팔을 교차해 턱을 감쌌다.

하나, 턱을 향해 날아오던 권격은 코앞에서, 신기루처럼 선회해 정수리로 향했는데….
꽈아아아아앙!
“아아아아아악!” ‘시발새끼! 분명 턱이라 해놓고!!’ 하다 하다 이젠 이런 유치한 발상까지 하게 된다.
그러나 감히 반항할 엄두는 나지 않는다.
반항은 무슨.
한 대도 못 때리고 촌각도 되지 않아 70명이 피떡으로 변해버렸는데.
지금 이 순간, 깡패들의 눈에 소어는 지옥의 야차이자, 숫제 하늘에서 강림한 ‘미친개’였다.
“제발… 살려주소… 제발… 흑흑…” 방봉석은 근성이 없었다.
일전, 요령 삼합회 깡패들을 소탕한 적이 있지만, 그놈들은 적어도 이만큼 찌질하진 않았던 것 같은데.
아무래도 대호파는 정통 건달이라기보단, 저급한 동네 양아치에 지나지 않은 듯했다.

“이제 말이 통하겠네. 그럼 니들이 가진 재산 나한테 털어놓고 팔 하나씩 잘라. 다시는 깡패짓 못 하게. 또한, 오늘부로 대호파는 전면 해체하고 사천 땅을 떠난다. 알았냐?” 소어가 눈을 부라리며 바닥에 나뒹구는 깡패들을 아울러 말했다.
그러자, “흑… 대인… 그럼… 저희는 어떻게 살아간단 말입니까… 팔 없는 병신이 되어 고향을 떠나는 것도 모자라… 전 재산을 다 갖다 바치면… 저희는…!” 방봉석이 눈물을 쏟아냈다.
어떻게든 살길만은 열어달라는 간곡한 하소연이었다.
“그래. 좋아! 니들도 인간이니까.” “그… 그럼?!” “살려는 드릴게.” 이것은 사람 목숨으로 장사를 했던 극악무도한 자들의 단죄인가.
아니면 처참한 인격 말살의 현장인가.
소어의 무자비한 폭언, 폭행을 보고 있노라니 전우치는, ‘세상… 저걸 말이라고… 어휴…!’ 기가 차서 할 말을 잃어버렸다.
가히 이 방면 최고 권위자의 명료한 일 처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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