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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
이튿날….
“유… 윤 대인!” 집법 사자 윤견오로 변장한 소어를 보며 궁내 주방에서 일하는 주방장 휘하 조리사들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아아! 신경들 쓰지 말게. 오늘은 직접 교도들의 식사를 챙기고 싶어서 그런 거니까!!‘ 그럴 만도 했다.
본래 윤견오는 주방에 얼씬도 하지 않는 사람이다.
한데,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직접 교도들의 조식을 내어가겠다며 잡일을 도맡고 있으니, 찬모들은 어안이 벙벙할 수밖에.
물론.

‘한놈 한놈 빠짐없이 먹여야지, 흐흐흐!’ 지난밤.
모든 식자재에 청해, 만주장 표 최강의 ‘설사약’을 발라놓은 소어는 이제 곧, 펼쳐질 지옥의 아수라장을 떠올리며 신이 난 채였지만.
“윤 대인!” “윤… 대인?!” “대인!” 아니나 다를까, 소어(윤견오로 변장한)가 직접 식당(食堂)으로 조식 거리를 내어가자, 교도들은 실로 어이가 없는 눈치였다.
‘슬슬 연기 신공을 펼쳐볼까?’ 짐짓, 소어의 표정과 음성이 근엄하게 변했다.
“백련교의 영웅들이여! 다들, 본교가 풍전등화에 놓여 있음을 알고 계실 거요! 하나 너무 걱정하지 마시오! 미륵 혈신께서 우리를 지켜주고 계심을 언제나 잊지 말길! 그대들의 믿음과 용기와 굳건한 의지만이 대계를! 또한, 본교의 천하제패를 만들어 낼 수 있소.” 실로, 비장함이 가득 묻어나는 외침이었다.
그런 소어의 연기 신공 앞에, 교인들은 일제히 일어서서, 힘껏 함성을 오픈홀덤 내질렀다.

“미륵 혈신의 축복을!!!” “본교의 성화가 세상을 세이프게임 밝힐 것이다!” “백련교 만세!” “만세!!” “만세!!!” “이제 곧, 때가 도래할 것이야!” “우리의 세상이 온다!” 그들의 함성은 무서운 광기와 같았다.
두 눈은 핏발이 잔뜩 선 채였고, 음성엔 헛되고 부질없는 야욕이 서려 있었다.
‘크크큭. 미친 새끼들!’ 뭐?
우리의 세상이 와?
본교의 성화가 세상을 밝혀?
염병!
니들 이제 곧 있으면, 바지로 똥 줄줄 흘릴 텐데?
낄낄낄!


교도들에게 골고루 설사 폭탄(?)을 배식한 소어는 이윽고, 궁내 지하의 석실로 향했다.
지난 며칠간 포달랍궁의 모든 부분을 훑은 뒤에야 소어는 이 석실에 백련교의 제사에 쓰이는 산 제물.
바로 인신 공양의 제물들이 갇혀 있다는 사실을 알아낼 수 있었다.
딸각-
소어가 석실의 문을 열어젖히고 장내로 들어섰다.
그러자 예상했던 것과 다른 광경이 펼쳐졌다.세이프파워볼
‘그래도 여긴 생각보다 좀 낫네.’ 일전, 소어는 사천교당에서 뼈만 앙상하게 남아 오물을 뒤집어쓴 인질들을 목격했으나 그에 반해, 이곳의 인질들은 상태가 양호한 편이었다.
‘아무래도 혈마에게 바칠 제물들이라서 잘 관리한 거겠지.’ 이들은 오물을 뒤집어쓰지도, 뼈만 남은 추레한 모습도 아니었다.

다만, 사천교당의 인질들과 공통점이 있다면 생사에 초연한지, 넋을 놓고 죽음만을 기다리는 송장과 같은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다는 점이다.
‘왜 안 그렇겠어? 많은 고문을 받아왔겠지. 차라리 죽는 게 낫다는 생각을 할 만큼.’ 그를 방증하듯, 소어의 출입에도 불구하고, 중인들은 동요를 보이지 않았다.
심지어는 열한 두 살이나 될 법한, 어린 소동조차 벽면을 바라보며 초탈한 얼굴을 하고 있으니….
“여러분.” 칙칙하고 무거운 침묵을 참지 못하고 먼저 입을 연 것은, 소어였다.
“믿기 힘드시겠지만, 잘 들으세요. 저는 여러분을 구하러 온 사람입니다.” 그 순간.
확-
중인들의 시선이 일제히 소어에게로 쏠렸다.
소어는 삽시간에, 역용술을 풀어헤쳐 본래의 얼굴을 드러냈다.

일순, 그들의 눈이 화등잔만 해지고, 혈색은 경악으로 파리하게 물들었다.
“저… 정말 우리를 구하러 온 겁니까?” “진짜예요?” “대… 대인!” 꼼짝없이 죽을 줄로만 알았던.
생을 포기한 상태였던 그들의 안광에 한 줄기 희망의 파워볼사이트 빛이 번져나갔다.
“네. 저는 무림맹 소속의 간부로 지금은 첩보 활동을 위해 위장한 상태입니다. 늦어도 오늘 중으로 포달랍궁을 해체시킬 테니, 조금만 더 참아주세요. 약속합니다. 여러분은 반드시 제가 구하겠습니다.” 확언을 들은 사람들은 그제야 화색이 감도는 얼굴로 서로를 바라보더니 눈물과 웃음을 동시에 흘려댔다.
“가…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구명의 은혜를 어찌 잊어야 할지!” “제발 저희를 살려주십시오!” 이내 사람들이 환호성을 내지른다.
그러자 소어가 검지를 자신의 입술에 가져다 대며, “쉿! 다들 조용, 조용. 누가 듣겠습니다. 제가 어떤 식으로든 여러분께 다시 신호를 보낼 거예요. 그때까지는 평소랑 똑같이 행동하시는 겁니다. 아시겠죠?” 경각심을 주지시켰다.
“네네, 그리하겠습니다.” “명심하도록 하겠습니다.” “네, 대인….” 사람들이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읊조리는 것을 보고서야, 소어도 미소 지으며 그들의 어깨를 다독였다.
그때.

“한데… 대인. 혹, 그럼 포달랍궁 인근에 무림맹의 영웅들께서 대기 파워볼게임사이트 중이신 겁니까?” 인질 중, 가장 명석해 보이는 젊은 청년이 나직이 물었다.
“아니요? 지금쯤, 무림맹원들이 서장으로 출발하긴 했을 테지만, 아직 도착하려면 시일이 걸릴걸요?” “바… 방금은 오늘 중으로 저희를 구해주실 수 있다고 말씀하시지 않았습니까?” “그런데요?” 이어지는 소어의 반문에, 청년의 얼굴은 당혹감으로 물든다.
“그러니까… 그게… 저…” “아! 그러니까. 원군이 없는데 어떻게 포달랍궁을 오늘 중으로 박살 내냐? 그런 질문이죠?” “네! 그렇습니다.” “그건 걱정하지 마세요.” “네?”
“제가 좀 셉니다.” “그게 무슨…….” “저 혼자. 포달랍궁, 접수합니다.” ***
두근두근소어의 심장이 미친 듯이 두방망이질 친다.
‘잘하자… 잘해… 연기 한두 번 하는 거 아니잖아.’ 소어의 두 손에는 큼지막한 쟁반과 한 그릇의 죽이 담긴 채였다.

‘이것만 먹일 수 있으면 진짜 상황 한순간에 정리된다.’ 김이 모락모락 나고 있는 따뜻한 죽 한 그릇은 혈마, 태호공에게 진상할 음식이었고 그 안에는 청해, 만주장 표 설사약이 다량 함유되어 있었다.
‘이건 설사가 아니라, 숫제 피똥각이다, 피똥각! 크크큭!!’ 그랬다.
만주장의 설사약은 무색, 무취, 무미의 특질을 지녀 아무리 다량 함유해도 복용자가 그 사실을 알 수 없는 데다가, 혈마에게 바칠, 죽 안에는 무려 30명이 복용할 정도의 설사약을 첨가한 상태.
들이켜기만 한다면!
혈마가 아니라 혈마 할아비라도 똥 싸다가 북망산천 건넌다, 이거야!!
속으로 음산한 웃음을 터뜨리며 소어는 혈마가 기거하는 궁주실의 문을 파워볼실시간 열어젖혔다.


“교주님을 알현합니다!” “윤 집법…. 어인 일인가?” ‘후……! 일단 살았고.’ 소어는 내심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었다.
지금껏 수도 없이 역용술을 펼친 터라, 그 정교함과 완벽함에 있어서는 스스로 자부할 수 있었지만, 그래도 혈마 같은 희대의 고수는 범인과 비교했을 때 안력과 눈썰미가 차원이 다를 터.
잘못하여, 역용술을 들키기라도 하면, 혈마와의 사투를 벌이기 전, 유리한 고지를 점유할 수 없을 것이었기에 가슴을 졸였던 것.
하나 다행히 소어를 바라보는 혈마는 별다른 기색을 내비치지 않았다.
설마하니, 자신의 손속에 사경을 헤매고 있을 소어가 얼마 되지도 않아, 몸을 회복하고 포달랍궁까지 당도해, 윤 집법으로 역용술을 펼칠 거라고 상상이나 할 수 있었겠는가.
“교주님. 천 주방장과 의약전의 전주가 심혈을 기울여 교주님께 올릴 죽을 준비했습니다. 식기 전에 드시지요.” 심장이 두근거리는 와중에도 소어의 연기는 기가 막힐 정도로 태연하게 펼쳐졌다.
그러나.

“본좌는 생각이 없다. 하니, 물리거라….” 변수가 펼쳐졌다.
분명, 식전이거늘, 어쩐 일인지 혈마는 음식을 고사하는 것이었다.
‘아! 영감탱이. 곧 죽을 놈이 더럽게 까다롭네.’ 하나 이런 변수는 소어 역시 예상하던 참.
‘무릇 큰일을 이루는 과정은 지난하고 고된 법이지.’ 하지만.
그래도 상관없다.
내겐 ‘연기 신공’이 있으니까.
털썩-
혈마의 축객령에 소어가 대뜸 무릎을 꿇는다.
그러자, 혈마가 무슨 짓이냐는 듯 눈을 희번덕거렸다.
“친애하는 교주시여! 어찌 식음을 전폐하신단 말입니까!!” “자네……?” 답지 않은 행동에 혈마의 면면에 의구심이 번진다.
하나 이마저도 예상 범주에 국한된 상황.

소어는 침울함과 비장함이 자욱하게 묻어나는 음성으로 성토하기 시작했다.
“교주님! 비록 무림맹과 천마신교. 더불어 강호의 어리석은 자들이 사천과 감숙교당을 침공하고 본교가 풍전등화의 위기 앞에 놓여 있다고 하나! 어찌 미륵 혈신을 세상에 강림시킬, 유일한 존재!! 교주께서 식음을 전폐하신단 말입니까. 아니 됩니다. 이건 아니 될 말씀입니다!” 그렇게 말하는 소어는 아예 머리를 조아리며 눈물까지 글썽이고 있었다.
‘이 자가 갑자기 왜 이러는 건가?!’ 일순, 혈마는 당혹스러워서 할 말을 잃고 말았다.
분명, 포달랍궁의 집법 사자, 윤견오는 자신을 두려워하는 인물.
해서, 눈치만 살필 줄 알았지, 한 번도 충정을 다해 알현하는 경우가 없었는데.
느닷없이 나라 잃은 사람처럼 비통한 표정으로 자신의 안위를 걱정하는 윤 집법의 행동은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이래도 안 먹냐?’ 여전히 미동 없는 혈마를 보며 소어는 연기 신공에 더욱 박차를 가하기 시작했다.
“교주님! 교주님은 이제 본교의 유일한 등불이십니다! 저와 궁내의 교인들은 오직, 교주님만 바라보고 있습니다! 한데 어찌 곡기를 끊으려 하십니까? 차라리! 차라리 소인을 죽이십시오!” 쿵쿵-
소어는 눈물과 읍소를 동시에 터뜨리며 바닥에 머리를 쿵쿵 찍었다.
근데 이건 충정을 표현하는 게 아니라, 외려 예의에 어긋나는 거 아닌가?

좌우지간, 이렇게 저지른 이상.
이제는 뾰족한 수가 없게 된 소어다.
이 미친 광기의 ‘연기’가 먹혀, 혈마가 죽을 삼켜 준다면, 그것대로 호재요, 만약, 성공하지 못한다면.
‘시원하게 정면승부하면 그뿐이야!’ 소어는 에라 모르겠다, 하는 심정으로 집법 사자 윤견오에 빙의된 채였다.
다행히 하늘이 도왔던 걸까?
“그만 멈추게, 윤 집법.” 혈마가 소어를 만류하고 나섰다.
“보아하니, 본좌를 생각한답시고 교내의 집법들과 의약전주, 주방장이 모두 모여, 회의라도 한 모양인데….” 회의는 무슨 놈의 회의?
니 부하 새끼들은 지금쯤 슬슬 방귀부터 시작하고 있을 텐데?

“자네들의 뜻이 정 그렇다면 내 그 죽을 먹겠네. 이리 가져오게.” 혈마가 손짓을 보낸다.
물론.
그는 볼 수 없었다.
일순, 소어의 입꼬리가 비릿하게 올라가는 것을 말이다.
“감사합니다, 교주님! 얼른 드시지요!!” “음…….” 여전히 혈마의 표정은 그리 밝지 않았다.
하나 이제 얼마 남지 않은 교내의 간부가 저리도 간청하는 것을 쉽사리 뿌리친다면, 그러잖아도 바닥에 떨어진 사기가 더욱 곤두박질칠 것이란 계산에서 혈마는 청을 들어주기로 했을 뿐이다.
‘숟가락 올리고! 입에 들어간다! 쭉, 쭉쭉쭉! 쭉, 쭉쭉쭉!’ 한술 뜨는 혈마를 보며 소어의 심장은 조금 전보다 훨씬, 심하게 요동쳤다.
이제 목전으로 다가왔다.
혈마의 모가지 따는 일이!
‘한 술 더! 한 술 더!’ 쩝쩝-

혈마가 죽맛을 음미하며 재차 숟가락을 휘저어댄다.
“잘 끓인 죽이군.” 죽맛이 괜찮았는지, 혈마가 한 마디 내뱉는다.
그럴 수밖에.
서장에선 구경하기도 힘든 전복에 해삼 따위의 귀한 해산물이 들어갔으니까.
쩝쩝-
‘우리 영감, 잘도 먹네? 오구오구!! 조금만 더. 그래그래! 조금만 더 먹자??’ 쩝쩝쩝-
꽤 큰 그릇에 가득 담긴 죽을 삽시간에 반이나 집어삼킨 혈마가 그제야 원탁에 수저를 내려놓고 말했다.
“이만큼 먹었으면 자네들의 성의는 잘 전달받은 셈이겠지? 이제 그만 물리게나.” “아! 교주님. 그러지 말고 다 비우시지요?” 좋은 말도 한두 번 해야 좋은 법이다.
성의를 생각해서 관용을 베풀었건만, 권유가 계속되자, 혈마는 짜증이 치밀었다.

“그만 물리라 말했노라….” 어느덧 그의 음성에 은은한 노기가 실렸다.
하지만.
“에이! 교주님!!” “……?” “그러지 말고, 다 드시라니까.” “뭣… 이?” “저녁은 지옥에서 드셔야 할 텐데. 점심이라도 든든하게 드셔야죠. 안 그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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