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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화 남색이라고?
널찍한 어서방에는 두 사람뿐이었다. 덩치가 크고 힘이 센 섭정왕이 손에 조금만 힘을 준다면 심균당은 당장에 비명횡사할 터였다.
심균당을 죽이고 부하들에게 시체를 처리하게 하면 증거도 남지 않는다.
영흥후부에서 따지면 암살당했다고 대충 둘러대면 될 터였다.
두려운 생각에 사로잡힌 심균당은 더욱 간담이 서늘해졌다.
자기가 죽는 건 중요하지 않았다. 그가 죽은 후 자기가 여자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 영흥후부는 꼼짝없이 구족을 멸하는 벌을 받게 될 게 거의 확실했다. 심지어 진국부인까지 연루될 수도 있었다.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심균당은 최대한 부드러운 말투로 염라대왕에게 목숨을 구걸했다.
“전하, 소, 소신이 무슨 잘못을 저질렀는지 모르겠사오나 심기를 불편하게 해 드렸다면 말씀해 주십시오. 당장 고치도록 하겠습니다.” 심균당은 또래보다 목소리가 가늘고 약간 쉰 듯했지만 특유의 친근감이 있었다.
말투를 더 부드럽게 하자 기러기 깃털로 마음을 살살 긁는 듯했다.

심균당의 붉은 입술을 주시하던 섭정왕은 하마터면 심균당을 파워볼사이트 와락 끌어안고 입을 맞출 뻔했다.
심균당이 정신을 차리게 도와주자 섭정왕은 자기 행동이 지나쳤다는 사실을 인식했다.
섭정왕은 표정을 누그러뜨리고 남몰래 몸속 깊은 곳에서 솟구치는 욕망을 억제했다.
그는 심균당의 턱에서 손을 뗐다. 고의인지 아니면 무의식적으로 나온 행동인지는 모르지만 그는 심균당의 입술을 쓰다듬어 보았다.
심균당의 입술과 접촉했을 때 그는 감전된 것처럼 몸이 찌릿찌릿했다. 예상대로 심균당의 입술은 부드럽고 매끄러웠다.
섭정왕이 기이한 행동을 하면서도 말 한마디 하지 않자 심균당은 더 마음을 놓을 수가 없었다.
섭정왕은 심균당의 창백한 얼굴을 바라보았다. 마음속 욕망을 간신히 억누르고 있는 그였기에 심균당의 질문에 대답할 여유가 없었다. 그는 아무렇게나 가까이 있는 의자를 가리켰다.
섭정왕의 속내를 간파하지 못한 심균당은 전전긍긍하며 의자에 앉았다.

섭정왕은 다시 탁자 뒤로 간 다음 상소문을 펼쳐 파워볼게임 보았다.
심균당은 내심 원통하고 분했지만 감히 섭정왕에게 불평할 수도 없었다.
사실 상소문을 다시 읽기 시작한 것은 심균당 탓에 생긴 잡념을 떨쳐 버리기 위해서였다.
섭정왕의 자리에는 시간을 때울 책 한 권도 없었다. 옆에 놓인 협탁에는 찻잔도 없었다.
심균당은 지루하다는 듯 소매의 문양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섭정왕은 상소문을 반각 동안 주시했지만 한 글자도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계속 옆에 앉아 있는 심균당만 힐끔거렸다.
갑자기 섭정왕이 눈에 힘을 주었다.

심균당이 입은, 품이 넓은 옷에 가려진 아랫도리가 작은 천막처럼 봉긋 올라와 있었다.
표정이 굳은 섭정왕은 순간 가슴 깊은 곳에서 솟구쳐 올라오는 욕구를 억제하기 힘들었다.
그는 조금 전 상황을 떠올렸다.
‘나 혼자만 욕망이 끓어올랐던 게 아니었어? 저 애송이도 엔트리파워볼 욕정이 솟구쳤던 건가?’ 지극히 높은 자리에 앉은 섭정왕은 자기 마음이 이해되지 않아 무척 혼란스러웠다.
그는 힘겹게 침을 삼켰다.
‘내가 정말 남자한테 끌리는 건가?’ 순간, 섭정왕은 몹시 심란했다.
그는 다시 무료하게 소매를 쓰다듬고 있는 애송이를 힐끗 쳐다보았다. 아랫도리는 여전히 봉긋 솟아 있었다.
‘저 녀석이 남색(男色)이라고?’ 섭정왕은 자기 마음을 어떻게 표현하면 좋을지 몰랐다. 조금 좋은 것 같으면서도 심란했다. 마음 깊은 곳에서 심한 갈등이 일었다.
그의 머리는 한순간 밀려드는 방대한 정보를 받아들이기 버거워했다.

섭정왕은 공무를 볼 마음이 싹 가셨다. 애송이에게 EOS파워볼 복잡한 감정을 느낀 그는 심균당에 물러가라고 손짓했다.
섭정왕이 물러가라고 손짓하자 심균당은 대사면령이라도 받은 양 기뻐하며 예를 올리고는 종종걸음으로 어서방을 빠져나왔다.
섭정왕은 심균당이 밝은 표정으로 어서방을 나가자 다시 기분이 나빠졌다.
‘나랑 있는 게 숨이 막히도록 불편했던 건가?’ * * *
염라대왕한테서 벗어난 심균당은 제 키가 6척쯤(*尺: 척, 약 30cm 정도의 길이 단위) 되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한탄했다.
그러면 몇 걸음 가지 않아 황궁을 벗어나지 않았겠는가.
내시가 심균당을 황궁 밖까지 배웅했다. 황궁 앞에 있던 진소는 초조한 나머지 왔다 갔다를 반복하고 있었다.
황궁 문에서 심균당이 모습을 드러내자 진소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그녀를 맞았다.
“나리, 어째서 이리 오래 걸리신 겁니까? 더 기다려도 나오시지 않으면 집으로 돌아가 보고를 드리려던 참입니다.” 심균당은 쓴웃음을 지었다.
“얘기는 나중에 하고 일단 집으로 돌아가세나.” 진소는 심균당이 마차에 오르도록 도운 다음 직접 마차를 몰고 호위무사들과 함께 출발했다.
초겨울이었지만 마차를 탄 심균당의 등줄기에서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몸이 불편했던 심균당은 팔을 움직이다가 무심코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가랑이 사이가 천막이라도 친 것처럼 볼썽사납게 봉긋 솟아 있었다.
순간 심균당은 석상처럼 몸이 굳었다.
‘이게 대체…….’
어서방에 있을 때를 떠올려 보았다. 섭정왕은 호랑이처럼 무서운 눈빛으로 심균당을 내려다보았다.
‘섭정왕이 오해하진 않았겠지?’
심균당은 마차 벽에 기대어 두 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정말 창피해서 죽고 싶은 심정이었다.
심균당은 마차에서 몰래 양물을 꺼내 소매에 감추었다.
그는 자신을 위로하면서 굳은 표정을 지은 채 영흥후부로 돌아왔다.
소풍거에 다다르자 측근 시녀 영춘이 나왔다.
주인의 표정이 안 좋아 보이자 영춘이 뒤따라 들어왔다.

내실로 들어와서야 심균당은 소매 속에 있는 물건을 로투스바카라 영춘에게 건네주었다.
영춘은 딱딱하게 쪼그라든 가짜 양물을 보며 얼굴을 실룩거렸다.
속으로 난감해하며 심균당이 얼굴을 가린 채 영춘에게 물었다.
“시간이 오래 지나면 원래 이런 거야?” 영춘도 난감하긴 마찬가지였다.
영춘은 양물을 담는 상자를 가져와 자세히 살펴본 후에야 어떻게 된 것인지 알아냈다.
“나리, 이, 이 물건은 너무 오랫동안 약수에 담가 두지 않아서 못쓰게 된 것 같아요.” 심균당은 영춘에게 손짓했다.
“복(卜)씨 아범한테 가서 다시 하나 만들어 오라고 해.” 복복은 원로 영흥후의 수종이었다. 원로 영흥후는 주로 복복에게 중요한 일을 맡겼다.
이런 일도 그에게 맡기면 빈틈없이 처리할 거라고 심균당은 생각했다.
껄끄러운 일을 해결했을 때 백매가 싱글벙글 웃으며 내실로 들어왔다.
“나리, 섭 집사가 왔어요. 서재에서 나리를 기다리고 있어요.” 영춘은 심균당에게 무거운 조복을 벗게 한 다음 다른 옷으로 갈아입혀 주었다.
심균당은 입이 귀에 걸린 백매를 놀려 주었다.

“오늘 길에서 돈이라도 주웠어? 뭐가 그렇게 좋아?” 백매는 입을 가리고 말했다.
“나리, 섭 집사가 연통 같은 물건을 가져왔어요. 아주 쓸모 있는 물건이던데요. 흑탄을 때도 방 안에 연기가 차지 않았어요. 방금 어린 시녀들이 곁방에서 시험해 봤다니까요.” 백매의 말을 듣고 심균당은 섭 집사가 무슨 일로 찾아왔는지 알 것 같았다.
옷매무새를 가다듬은 후 심균당은 잰걸음으로 서재에 갔다.
서재 외실의 곁방에는 섭 집사가 투박한 옷차림의 중년 남자 여럿과 함께 공손한 자세로 서 있었다.
중년 남자들 앞에는 심균당의 설계도대로 만들어진 물건이 놓여 있었다.
심균당이 들어오자 섭 집사가 인사했다.
심균당은 그를 일으켰다.
“한 가족이나 다름없으니 예의 차리지 말고 어서 앉게.” 오픈홀덤 심균당이 상석에 앉자 백매가 사람들에게 차를 주었다.
섭 집사도 자리에 앉았지만 투박한 옷을 입은 중년 남자들은 앉으려고 하지 않았다.
앉으라고 몇 번을 권해도 소용이 없자 섭 집사는 그냥 내버려 두었다.
“세상 물정을 모르는 녀석들입니다. 나리께서 이해하십시오.” 섭 집사가 어쩔 수 없다는 듯 심균당에게 말했다.
“괜찮네. 하고 싶은 대로 하게 놔두게.” 심균당이 불쾌해하는 기색이 없자 섭 집사는 안도했다.

차를 한 모금 마신 섭 집사는 무척 들떠 있었다.
“나리, 지난번 주신 설계도대로 물건을 만들어 왔습니다.” 자기도 모르게 표정이 밝아진 섭 집사가 곁방 중앙에 놓인 철물을 가리켰다.
“이 물건이 아주 쓸모가 있을 줄은 몰랐습니다. 쇤네가 애들을 시켜 시험해 보았는데 흑탄을 태워도 연기가 밖으로 새어 나오지 않았습니다. 좋은 물건이더군요. 이것만 있으면 겨울에 불을 피워도 연기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될 듯싶습니다, 나리.” 심균당은 물건을 가져오라고 지시했다. 자세히 살펴본 심균당이 섭 집사에게 말했다.
“기본적으로는 내가 준 설계도와 차이가 없지만 한두 군데 손을 좀 봐야겠네.” 섭 집사가 고개를 끄덕였다.
“쇤네도 나리께서 지적해 주실 부분이 있을 것 같아 대장장이를 불러왔습지요.” 섭 집사는 중년 남자들을 가리켰다.
섭 집사가 직접 선별한 대장장이들로 모두 영흥후부의 노비 출신들이었다. 영흥후부와 흥망성쇠를 함께하는 충직한 노비들이었다.
심균당은 그들을 흘낏 쳐다보았다.

자기를 대하는 태도를 보고 심균당은 그들이 영흥후부 노비의 자식들이라 추측했다.
섭 집사는 신중한 사람이니 돈이 될 만한 사업을 외부인에게 맡겼을 리가 없었다.
노비 출신인 그들의 옷차림은 아주 남루했다. 영흥후부가 오랜 세월 청빈한 삶을 살았다는 증거였다.
현재의 심균당은 몸의 주인과 달리 뼛속까지 현대인이라 계급의식이 강하지 않았다.
그의 눈에는 그들도 똑같은 사람이었다. 자기가 그들보다 고귀하거나 더 나은 부분이 있다고 생각지 않았다.
심균당은 쪼그려 앉아 연통 화로를 자세히 살핀 다음 미흡한 부분을 대장장이에게 설명해 주었다.
투박한 대장장이들은 젊은 주인이 자신들을 중요한 사람처럼 대접해 주자 무척 감격했다.
심균당이 설명을 마치고 고개를 들자 대장장이들은 눈을 빛내며 그를 쳐다보았다.

그는 어색한 듯 얼굴을 만지작거렸다.
“뭐라도 묻었어? 왜 빤히 쳐다보는 거지?” 심균당의 말을 듣고 대장장이들은 뒤로 한 걸음 물러났다. 고개를 숙인 그들은 얼굴까지 시뻘게졌다.
닳고 닳은 섭 집사는 금세 상황을 파악하고 자리에서 일어나 설명했다.
“나리께서 설명을 잘해 주셔서 기분이 좋은 것입지요!” 심균당은 어리둥절했다. 그로서는 대장장이들이 왜 기분이 좋아졌는지 알지 못했다.
심균당은 차를 마시며 잠시 생각해 본 다음 말했다.
“이제 초겨울이니 서둘러 만들게. 물건을 팔아 이문이 생기면 3할만 영흥후부에 상납하고 나머지는 만든 사람이 갖도록 하게.” 섭 집사가 말하기 전에 한 대장장이들이 손사래를 쳤다.
“나리, 그건 아니 될 말씀이십니다. 쇤네들은 영흥후부 노비의 자식들입니다. 보잘것없는 목숨까지도 영흥후부의 것이온데 이문을 나누다니,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요. 저희는 다달이 받는 월급이면 충분합니다.” 심균당은 뜨악한 표정을 지었다. 연나라의 노비 제도가 이토록 가혹할 줄은 예상 밖이었다.
목숨까지 좌지우지하다니…….
연나라에서는 한번 노비가 되면 노비호적을 말소하지 않는 한 그 자식들도 해당 가문의 노비가 되어야 했다.

심균당이 인상을 구기자 섭 집사가 대장장이들을 제지했다.
“쇤네가 책임지고 딱 절반씩 나누겠습니다. 나리 생각은 어떠십니까?” 잠시 어리둥절해하던 심균당은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
심균당은 섭 집사에게 일처리를 맡기고 노부인에게 문안인사를 드리러 복수당에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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